Thursday, June 21, 2007

무제

너무 더워하는 오토의 털을 밀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딜레마에 한동안 빠져 있었는데, 결국 애견미용실 예약을 했다. 예약을 하고서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아주 간단한 것들은 눈빛이나 행동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어떨 땐, 진짜 이종언어 해독기같은게 있으면 싶다. 어떤 개들은 더울까봐 털을 밀어주면 자존심 상해하기도 하고, 창피해하기도 하고, 오히려 체온조절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시원해 하는 개들도 많다.
털빠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주인을 만나서 사시사철 민둥산으로 지내는 녀석들도 있고,
견종 특성을 살려주는 미용을 늘 해서 쇼독처럼 다니는 녀석들도 있다.
또는 견종특성이 미용을 안하고 숱이 많은 털을 그대로 두는 경우라면, 찜통더위에도 북극에서나 입는 코트를 입고 견뎌야 할 경우도 생긴다.
개를 키우는 건 자식을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고들 한다. 어떤게 자식에게 더 좋을까를 항상 생각하고, 많은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도 오히려 행복해하면서, 자식만 바라봐도 배가 부른 부모를 생각할 수도 있고,자식에게 자기 취향이나 사상을 무조건 강요하기도 하고, 학대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죽이기도 하는 부모를 떠올릴 수도 있다.
어렸을 때, 자신의 운명이 부모님이나, 선생님, 또는 신에 의해 전적으로 좌우되는 것에 분노한 기억들이 한번쯤은 있을 거다. 개에게 있어서 인간은 부모나 신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부모나 신은 본의아니더라도, 다른 생명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만큼, 큰 책임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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